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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독서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이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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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에 대한 불안과 무거운 사회 분위기 때문에 겪는 우울감 또는 불안감

 

올 설 연휴, 처음으로 국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접한 지 벌써 11개월이 다 되어 간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코로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나의 삶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가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

 

국내에도 좋은 관광지나 여행 명소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곳이 그곳이라는 편견을 깨는 곳을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기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나 도시를 방문하는 게 하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해외여행이 제한되는 지금. 책을 통해서라도 작가의 여행을 간접경험하자는 차원에서 이미화 작가의 「당싱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을 읽게 되었다.

 

 

 

책은 작가가 베를린에서 머무는 동안, 영화 촬영지의 발자취를 따르는 책이다. 유명한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원스>, <노팅힐> 뿐 아니라 <리스본행 야간열차>, <카모메 식당> 등이 있다. 기존에 알았던 영화도, 새롭게 알게된 영화도 있었는데 책을 통해 새로운 영화를 알게 되었다. 

 

유튜브를 즐겨보지만, 드라마나 영화 등 러닝타임이 긴 영상을 선호하지는 않는데, 올 12월 부터 목표 중의 하나가 '매월 한 편의 영화 감상하기'다. 영화를 통해서도 나의 감정이나 생각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영화를 이번 달에 꼭 볼 생각이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등의 영화는 넷플릭스에 있어서 다운받아 놓은 상태이다)

 

 

생각하면서 읽거나, 책의 내용이 어려운 책은 아니라서 술술 읽힌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배우들의 대화와 그 속에서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곁들여져 있어서 좋았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할 수 있는 '촬영지 방문해서 기록하기'를 몸소 실천한 작가님이 존경스럽다. 때때로 적당한 실행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레 겁먹거나 시간 부족이라는 핑계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항상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편이지만, 그 계획이 몇 일, 몇 주를 가지 못하고 끊기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영화의 촬영지를 몸소 뛰어다니는 작가님의 모습에서 분발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은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걸으면서 이 도시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서 동질감을 느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는 것 같다. :)

 

 

책을 읽으면서, '어! 이런 표현을 쓰면 참 좋겠다. 추임새가 마음에 든다.' 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귀차니즘때문에 따로 적어놓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문장 구성력도 참고할만한 부분이 많은 책이다.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마음에 드는 한 페이지를 옮겨 적으려고 한다.

 

"골동품을 산다는 건 물건의 용도가 아닌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 시간에 돈을 매길 수 없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오래될수록 가치 있는 것들. 시간에 대가를 치르는 것이 벼룩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시간들이 제멋대로 쌓여 있는 오래된 상점에서 누군가의 손을 거쳐 이곳으로 옮겨졌을 것들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지나온 나의 시간, 그 사이에는 어떤 것들이 자리하고 있을지 생각한다. 지나온 날들은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가. 현재는 과거의 미련일 뿐인가. 뿌옇게 내려앉은 먼지 위에 손가락 자국을 낸다."

 

 

적으면서도 읽었을 때의 여운이 남는다. 다모임의 '달려'라는 노래 가사에는 36살을 '형이 되는 나이 푹 익어가는 맛'이라고 표현했는데, 시간이라는 게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많은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을 통해 인간이라는 나무에 나이테가 하나씩 생기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항상 발전해야된다고 생각하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지만 시행착오를 많이 한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시행착오도 하나 둘 씩 줄여 나가겠지? 

 

하고싶은 게 너무 많은 나이고, 내 청춘이 소중한 시기다. 나도 작가님처럼 방송에 나온 맛집만 찾아볼 게 아니라, 영화 촬영지나 내가 좋아하는 인물의 유년기를 보냈던 곳. 감명받은 영화촬영지에 방문하면서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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