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 시대를 살아가는 2-30대가 꼭 읽어야할 책, <쇼코의 미소>
- 저자 : 최은영
- 독서기간 : 2020.03.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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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휴관을 하니, 집에 있는 책으로 나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밖에 없다. 누나의 책장에서 <쇼코의 미소>를 집어 들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이 책을 읽는 데 큰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왜 나의 예감을 틀리는 것일까,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장편소설이지만, 가장 첫 꼭지인 <쇼코의 미소>만 읽고 ‘지금 느낌 감정 그대로 최대한 빨리 적어 내려가야지’란 마음으로 생각을 써내가려 한다.
주인공인 소유는 어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학창시절, 일본 자매학교에서 온 쇼코를 집에 초대한 적이 있는데, 편지로 계속 연락하다 쇼코가 대학을 들어갈 무렵, 더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우연찮은 기회에 쇼코와 다시 연락이 닿고, 그동안 왜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소유는 대학을 졸업하고 집에서 독립하여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고지식한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죽음이 곧 다가온다는 것을 알면서, 할아버지와 쇼코가 나눈 편지의 내용을 읽게되며 내용은 마무리된다.
먼저 왜 일본인 쇼코를 주인공인 소유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설정했을까? 나는 일본인의 민족성 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친절함을 표현하지만, 본인의 속마음은 철저히 숨기는 다테마에와 혼네를 통해 내용 전개를 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이라는 설정을 통해, 물리적 거리감이 있는 상대에게 보다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소유와 할아버지의 관계에서 알 수 있다시피, 20대 후반인 나는 가깝게는 부모님 세대와 살아온 환경이 정말 다르다. 우리 집의 경우, 특히 전형적인 세대갈등이 발생하는 집안인데 그런 환경에서 지냈기 때문에 둘 간의 갈등에 더욱 감정이입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 몇 주 전 토요일, 시청앞에서 친구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주말이면 서울역~시청~광화문 광장까지 여러 시위로 소음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을 때가 있었다. 특히나 정치적으로 양쪽 극단의 의견 충돌이 많은 요즘, 친구는 ‘저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지금 저렇게 행동하는게 당연할 수 밖에 없어. 그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과거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야. 문제는 저분들은 저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야. 적어도 우리 세대는 맞는건 맞다. 아닌건 아니다.란 생각으로 옳다는 것을 추구하잖아? 슬픈말이지만 저분들이 세상을 떠날까지 한국의 정치적 이념갈등은 없어지지 않을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6~70년대 태어났다면 그분들을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책의 문장들을 정리하면서, 나의 생각을 좀 더 적어보려 한다.
“쇼코는 내 고용인도 아니었고,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대학 동기도 아니었고, 가까운 동네 친구도 아니었다. 일상이라는 기계를 돌리는 단순한 톱니바퀴들 속에 쇼코는 끼지 못했다. 진심으로,”
친밀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 등을 털어놓을 수 있지만, 오히려 거리감이 있는 사람, 한 번 보고 다시 볼 일이 없는 사람에겐 가감없이 나의 현 상황이나 고민거리 등을 보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탈리아 여행 중 만난 동행분에게 그당시 나의 고민을 다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속이 후련하고 상대방이 언제나 내 편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만, 결국 원래의 고민과 상대방에 대한 거리감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소유와 쇼코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오랜시간 편지를 주고받았더라도 결국은 ‘남’이다. 즉, 쇼코는 소유의 일상 속에 있을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이런 관계는 우리 삶에 흔하게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의무적으로 잡던 약속보단 집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역시 많아졌는데 친구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인 것 같다. 회사를 다닌지도 벌써 4년차가 되었는데, 큰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앞으로 현재의 일상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현재의 루틴에서 내가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친구야말로 앞으로 계속 연락할 친구가 아닐까?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다.”
이 문장은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소유의 생각이다. 가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 ‘왜 저렇게 행동하시지? 이해가 가지 않네.’라 느낄 때가 왕왕있다. 지금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고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해 물어보면서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편이지만, 내가 이해한다고 생각한들 100%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 보는 어머니, 아버지이지만 그 얼굴을 세세히 본 지는 참 오래된 것 같다. 이따금씩 얼굴을 자세히 보면, 어느새 늘어있는 주름이 내 마음을 찌른다. 왜 자식을 키우느라 본인의 청춘을 희생했는지… 아직 내가 자식을 낳아본 적이 없어서 이해하지 못하지만 항상 부모님께 감사하면서도 죄송하다.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나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늘 돈에 쫓겼고, 학원 일과 과외 자리를 잡기 위해서 애를 썼으며 돈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 소유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말 한 문장.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항상 우리 곁을 따라다닌다. 벌써 4년차지만, 지금까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수십, 수백번인 것 같다. 이런 고민의 원인은 내가 진정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공부도 더 하고 싶고, 부모님처럼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벌고 싶다. 내가 일한 노력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받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돈을 벌고있는 현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결정 자체가 쉽지 않다.
결국은 이렇게 살아가다보면 지금 도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할 것이라 생각하겠지?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하루 일상을 기록하고, 감사하며 지내도록 노력한다.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냥 한두시간만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평택 좋은 소리 한 번 하는 법 없이 무뚝뚝하기만 했는데 그게 고작 부끄러움 때문이었다니. 죽음에 이르러서야 겨우 부끄러움을 죽여가며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늘 걸 사내답지 않다고 여기며 깔보던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었다. 가끔씩 그런 통제에도 불구하고 비어져나왔던 사랑의 흔적들이 있었다.”
부모님과 소통이 많이 없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문장. 집에 살지만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은 나의 일상을 물어보시는 부모님에게 짜증을 부린 적도 있다. 글을 적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계속 앞선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부모님에게 어릴 적 부렸던 어리광을 한 번 부려보는 것을 어떨까? 우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시는 부모님. 감정 표현이 서툰 부모님. 자식이 먼저 다가가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의식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다가가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60페이지 남짓한 책이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꼽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버금갈 정도였다. 묵묵히 현실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나의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위해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지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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