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모든 요일의 기록>
그동안 읽었던 책
2018/05/23 - [매일 읽는 책] - #3. 지금 이별한 당신이라면 읽어야할 책, <낙하하는 저녁>
2018/02/06 - [매일 읽는 책] - #2. 북유럽의 생활양식을 통해 알아보는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
2017/12/13 - [매일 읽는 책] - #1.나의 엄마, 누이의 삶을 그린 <82년생 김지영>
'모든 요일의 기록'은 우연히 나에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기 전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여행'이라는 책을 먼저 읽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모든 요일의 기록'과 '우리 회의나 할까?' 두 권의 책을 빌렸다. 그 중 먼저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잘 쓴 책은 무엇인가'에 관한 기준이 바뀌었다.
마치 고음을 잘 부르는 것과 노래를 잘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이전에는 노벨 문학상, 맨부커상, 카프카상 등 어딘가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책이 그저 좋은 책이고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어떤가? 민철작가님의 책을 두 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정말 시간가는 새도 모르게 책이 술술 읽힌다.
독자로 하여금 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능력.
그것이 '좋은 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책은 작가님의 경험 순간순간을 기록하였다. 유독 다른 책보다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서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며, 사람을 배운다. 감정을 배운다.”
소설책을 편다. 거기 다른 사람이 있다. 거기 다른 진실들이 있다. 각자에게 각자의 진실을 돌려주려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좁고 좁은 내가 카피라이터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워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 때는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소설책을 즐겨 읽게 되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여러 감정들을 책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또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이 가고 예전의 나의 모습을 소설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것은 아닐까?
수백 권의 책을 읽고 단 열 권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가까스로 기억해내는 몇 권이 있다. 내게는 울림이 있었다. 이 책들 때문에 알지 못하던 세계로 연결되었다. 이 책들 때문에 인생의 계획을 바꾸기도 했다. 이 책들 때문에 회사 가는 일까지 즐거워졌던 아침이 있었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때의 나는 기억난다. 사람은 안 변한다지만 이 책들 덕분에 잠깐 동안이라도 변했던 나는 기억난다. 그게 내가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의 어쩌면 전부일 것이다.
☞ 나도 독서에 있어서 만큼은 기억력이 좋지 않다. 책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고...
그렇지만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그 때의 감정은 내 마음에 남아있다. 마치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때의 상황이 떠오르는 것처럼...
“아무리 원망을 하고 있어봤자 바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바꿀 수 있는 건 이 일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였다.”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 자신의 주관적 태도를 고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입니다.
☞ 그렇다. 우리가 하는 고민 중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다. 걱정이 많은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이미 정해져 있다. 그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다. 부디 쓸데없는 걱정 그만하고 현실에 충실하자.
지쳐도 계속했으니까 그 순간의 단만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이게 뭐가 될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뭐가 될 거라고 기대를 했다면, 꿈에 부풀었다면, 내 손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재능 없음에 한탄했을 것이다. 쉽사리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니까, 계속 했으니까, 몸에게 시간을 줬으니까, 그래서 결국은 머리의 말을 몸이 알아들은 거니까. 계속하는 거다. 묵묵히. 계속 가보는 거다. 마치 인생의 잠언 한 줄을 얻은 기분이었다.
☞ 무언가를 끈기 있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아무리 월초에 계획을 세워도 월말에 돌아봤을 때 영 만족스럽지 않다. 대학교 1학년이었다. 수능을 잘보기 위해 선택했던 아랍어를 계속 배워보고자 일주일에 3일씩 이태원 모스크에 찾아가 아랍어를 배운 적이 있었다. 군대에 입대하게 되면서 그만두게 되었지만, 지금도 아랍어를 보면 무슨 뜻인지 몰라도 읽을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용기와 '일단 해보자'라는 무대포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이 두가지가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인데... 내가 느끼기에 많이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것 같다. 다시 변할 때가 왔다.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보자.
“내 맘대로 해도 결국 엄마는 나를 믿을 거니까. 엄마는 그럴 거니까.”
☞ 항상 나의 결정의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모습은 어느 집 어머니나 똑같은 것 같다. 좋아하는 노래 소절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엄마. 청춘을 갚아줄게 하나씩.' 나도 지금까지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지원해준 만큼, 더 노력해서 갚아야지 :)
“쓴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 중 하나이다.”
쓰고서야 이해한다. 방금 흘린 눈물이 무엇이었는지, 방금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왜 분노했는지, 왜 힘들었는지, 왜 그때 그 사람은 그랬는지, 왜 그때 나는 그랬는지, 쓰고 나서야 희뿌연 사태는 또렷해진다. 그제야 그 모든 것들을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쓰지 않을래야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의 결정에, 나의 불안을 눈치 채지 못하는 그의 웃음에, 싸늘한 손에, 그를 좋아하는 만큼 나는 더 상처받았다. 그래서 썼다. 쓸 수 밖에 없었다. 그 불안과 그 상처를 그에게 다 드러낼 순 없었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자존심이 셌다.
구차한 그 작은 상처들을 나는 일기장에 털어놓았다. 누군가에게는 털어놓아야 내가 살 수 있었다. 쓰고 쓰고 또 썼다. 그렇게라도 쓰고 나면 위로가 되었다.
☞ 내가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나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다. 나는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성격이다. 취업을 하고 난 이후에는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그 어떤 고민도 누구에게 털어놓지 않고 마음 속에 간직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고민을 더 많이 하는지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21개월동안 일상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전역하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재밌을까?'
전역일만을 기다리며 매일 다이어리에 기록하였다. 적고 또 적었다. 힘든 하루여도 다이어리에 한 줄 한 줄 채워나갈 때마다 내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역을 하였다.
전역 이후에도 꾸준히 다이어리를 써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사회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이렇게 멀어지나 싶더니 취업을 하고 나서 다시금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다이어리를 매일 쓰려고 노력 중이다.
소중한 친구들과의 약속
악몽같은 회사에서의 시간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 이슈들에 대한 내 생각
여러 주제로 내 다이어리가 채워지면서 나의 마음도 점점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꾸준히 다이어리를 쓰는게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삶에 치여 살다보면 또 신경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책에서의 '그 불안과 그 상처를 그에게 다 드러낼 순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털어놓아야 내가 살 수 있었다. 쓰고 쓰고 또 썼다. 그렇게라도 쓰고 나면 위로가 되었다.'란 표현처럼 일기장이 나의 유일한 친구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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