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간의 욕심으로 짓는 유토피아,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나는 여타 유명한 외국 작가(무라카미 하루키, 귀욤 뮈소, 알랭 드 보통 등)를 제외한 작가들의 이름을 잘 모르는 편이라, 이청준이라는 작가도 생소하게 다가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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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교과서에서 봤음직한 <병신과 머저리>의 작가였다. 이 역시 책 제목만 기억이나지,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질 않았다. 이청준 작가의 책만의 공통적인 특성이 있는데, 첫째, 소설 곳곳에 가해자와 비해자의 대립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로 내,외적 조건들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하게 만든다.
故 이청준 작가
<당신들의 천국>은 1976년 발간된 장편소설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조백헌 원장이 소록도에 부임하여 간척사업을 시작하면서 원생들과 갈등을 빚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2부에서는 오마도 간척사업 공사기간 조원장이 겪는 갈등과 고뇌를 나타내고 있으며, 마지막 3부에서는 소록도를 떠난 조 원장이 7년 후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돌아와 원생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나병(한센병)환자가 모여있는 섬이 있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이 떠올랐다. 당신들의 천국이 실존인물, 실화를 배경으로 쓴 소설인 만큼 그와 관련된 장면이 많았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다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현실 사회에서 인간의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남을 위해서 행동한다고 하지만, 그 속에는 다 본인만의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축구팀을 만들거나 간척사업을 밀어붙이는 조 원장의 모습에서 이게 진정으로 원생들을 위하는 건가? 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는 너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너네를 좋은 곳으로 인도해줄게.'라고 느끼면서, 조 원장 스스로 원생들과 지배-피지배 관계를 고착화 하는 건 아닌가란 기분이 들었다.
조 원장에 대항하는 캐릭터로는 이상욱과 황장로(황희백)이 있는데, 황장로 역시 본인의 동상을 세우고자 조 원장을 이용하는 캐릭터로 느껴졌고, 이상욱은 조 원장에 '내가 소록도에 더 오래있었기 때문에 원장님보다 더 많이 알고있어요. 부디 제 말을 들어야 화를 면치 않으실겁니다.'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생들도 주요 인물이 시키는 대로만 행동할 뿐(물론 조 원장에 항의하러 오는 장면도 있지만), 수동적인 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책에는 "원장님은 도대체 의삽니까, 사회사업갑니까?"란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조 원장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나는 그가 의사도 아니고 사회사업가도 아닌 하나의 '권력자'라고만 느껴진다. 우선 책에선 조 원장이 직접 진료를 하거나 하는 모습이 전혀 그려져 있지 않을 뿐아니라, 사회사업가라고 하기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군 출신으로 본인이 소록도 재임 기간 동안, 선민 의식을 가지고 이러한 업적을 남겨, 또 하나의 동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으로만 비춰졌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함축한다면 다양한 키워드가 있을 수 있다.
사랑... 믿음... 배반... 동상... 희망...
나는 '욕심'이라는 단어를 꼽고 싶다. 다들 본인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욕심 또한 인간의 본성이므로, 인간의 본성을 잘 그려냈다고 하고 싶다.
인간의 욕심으로 짓는 유토피아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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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척사업을 시작할 때, 조 원장이 원생들의 '적개심'을 이용하여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방탄소년단 프로듀서인 방시혁의 서울대 졸업 축사가 떠올랐다. '내 원동력은 분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방시혁은 납득할 수 없는 현실과 불행하게 하는 상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분노로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행복'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고 있으니, 한 번 쯤 볼만한 영상이라 생각한다.
<방시혁 서울대 졸업식 축사>
#2.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도 무려 3시간 반에 걸쳐 <당신들의 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독서 후 이를 참고하여 다른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책의 숨은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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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시면, 성실히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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