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쓰쿠루, 너의 색깔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리뷰
오늘 이야기할 소설은 성인이 된 이후 가장 많이 읽은 책이다.
처음엔 하루키의 소설이라는 것만 듣고 무작정 고른 책이었는데 이게 인생책이 될 줄이야.
이 책은 2013년 출판되기 전, 선인세가 16억원이라는 소식만으로도 큰 이슈였다. 주인공인 쓰쿠루를 통해 상처, 그리고 그 상처를 회복하려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줄거리 요약
서른 여섯의 다자키 쓰쿠루와 대학생의 쓰쿠루의 시점이 번걸아가며 진행된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철도역을 만들고 싶어하는 다자키 쓰쿠루와 친구들은 나고야에 산다. 모두 봉사활동에서 만난 사이. 아카마쓰 게이(빨강), 오우미 요시오(파랑), 시라네 유즈키(흰색), 구로노 에리(검정). 네 명의 친구들은 모두 이름자에 색깔이 있듯이 각자의 개성에도 뚜렷한 색채가 있다. 그러나 쓰쿠루는 이름에 색이 들어있지 않다. 쓰쿠루는 개성 또한 뚜렷하지 않고 확실한 색채이 없다고 생각하며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살아간다. 다섯 명이 끈끈하게 지내다가 대학교 2학년 여름, 나고야로 돌아온쓰쿠루에게 친구들은 절교 선언을 한다. 그는 절교의 이유를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 쓰쿠루는 혼자 고민하다 죽음을 결심한다.
서른여섯이 되던 해, 쓰쿠루는 여행사에 다니는 사라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사라의 노력으로 옛 멤버들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쓰쿠루는 묻어두었던 과거를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난다. 도요타 자동자 회사의 딜러인 아오를 먼저 찾아간다. 거기서 시로는 강간당하고 불행하게 살다가 누군가에게 교살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강간범인이 바로 쓰쿠루 자신이라고 시로가 고백했다는 것. 그 이유로 자기가 팀에서 잘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차례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아카. 핀란드에서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공예를 하고 있는 구로를 찾아 과거를 되짚어본다. 도대체 시로는 왜 자기를 지목했는지. 모든 게 의문이지만 이미 시로는 세상을 떠났고 했고 그 이유는 어디에서도 밝혀낼 수가 없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나에게 더욱 인상깊게 남는 점은 쓰쿠루와 같은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 직장동료였던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날 카카오톡 차단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도대체 왜?'라는 물음표가 먼저 떠올랐다. 걱정이 많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나'이기에 몇 개월이 지난 후 친구의 카톡차단이 풀렸지만 아직까지 그 친구에게 연락 한 번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선물한 책이 바로 이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다.
하루키 소설과 음악은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인데, 이 책에도 리스트의 <Le mal Du Pays>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향수나 멜랑콜리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자세히 말하면 '전원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이라고 말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 노래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혹자는 이 노래가 밋밋하고 아무 느낌이 없다고 하는데, 왜 내 기분은 우울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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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 말고도 제목에 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원제는 <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彼の巡礼の年>로 직역하자면 <색채를 갖지 않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다. 책 내용에는 노래 제목으로 <순례의 해>만 나올 뿐, 쓰쿠루가 '순례'를 간다는 표현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아마 중의적 표현으로 하루키가 활용한 것 같은데, 왜 순례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전적 의미] 순례 : 종교적으로 의미 이쓴 곳을 찾아다니며 참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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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의 이름에서도 알다시피 '색', Color가 매우 많이 나온다. 나를 대표할 수 있는 색깔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빨간색'을 골랐는데, 먼저 내가 옷을 사놓고 보니, 즐겨입는 옷 중 무려 4벌이 빨간색이었다. 그리고 그 옷들을 입고 찍은 사진들을 보면 만족스러워서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 빨간색이 주는 그 강렬함. 내 성격을 보면 뭔가 급하게 행동하는 모습에서도 빨간색이 그려진다.
친한 친구들 사이 본인만 색이 들어가지 않는 이름을 가져 속상한 쓰쿠루. 나도 이름이 특이한 편이라 주변에 같은 이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왜 나는 어려운 한자를 쓰고 흔한 이름이 아니지? 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처음 만났을 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면 그만큼 오래 기억할 수 있겠구나.라 생각하여 오히려 좋게 생각한다.
쓰쿠루가 역을 짓는 것을 업(業)으로 삼으면서 한국에서 '역(Station)' 하나를 꼽자면 나는 서울역을 꼽고 싶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탄 기억이 거의 없는데, 서울역이라 하면 뭔가 서울의 딱 중심에 있는 느낌이다. 가끔 약속을 잡을 때에도 서울역 주변엔 맛집도 별로 없고, 그저 교통만 좋을 뿐인데 그 곳에서 만난다. 중심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 때문일까?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역을 통해 각자의 목적지로 이동하곤 하는데, 그런점에서 서울역이 한국을 대표하지 않나 싶다.
노니의 인생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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