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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독서

#14. <아몬드> (손원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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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아몬드>

 - 작가 : 손원평

 - 출판사 : 창비

 - 독서기간 : 2020.06.21 (하루)

 - 가지치기 독서 : P.J 놀란 <사형수>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요즘에는 이런 디자인의 책이 유행이구나. 정도로만 넘어갔었는데, 우리집 거실에 놓여져있을 때 '한 번 읽어볼까?'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먼저 읽은 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려운 내용도 아니라 본인도 이틀 만에 읽었다고 하길래, 일단 책을 집어 들었다.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주인공 윤재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겪는 사람은 보통의 사람보다 편도체의 크기가 작다고 하는데, 작가는 이를 빗대어 '아몬드'라 말하고 있다. 또한, 아몬드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처럼, 아몬드를 먹는 윤재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이야기는 크게 3파트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part 1. 윤재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

part 2. 윤재와 곤이

part 3. 윤재와 도라

 

첫번째 파트에서는 윤재의 가족사(史)를 말하고 있으며, 두번째에서는 곤이라는 인물과 어떻게 엮이게 되었고, 그를 통해 윤재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를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라를 통해 윤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 결말은 아직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적지 않도록 하겠다.

 

이제는 내가 기록하고 싶은 인상깊은 문장들이다.

 

일러두기.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은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이다.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은 선천적으로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져있다.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감정 중에서도 특히 공포를 잘 느끼지 못한다. 다만 공포, 불안감 등과 관련된 편도체의 일부는 후천적인 훈련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소설은 사실에 근거하되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알렉시티미아를 묘사하였다.

 

29p.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감정을 느낀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왔는데, 이런 증상이 있고 실제로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윤재의 이런 서술이 앞으로 그에게 닥쳐올 사건들의 이유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고 느꼈다.

 

35p.

"튀지 말아야 돼. 그것만 해도 본전이야."

 

윤재 엄마의 입장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의 행동이 보통의 친구들과 다르기 때문에 윤재가 살아가면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이나 상처받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 걱정하며, '튀지 말아야 한다'라는 교육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게 한국 사회의 특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한 집단에서 튄다고 생각하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도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길거리에 사람들의 패션을 보면 백이면 백 모두 다른 패션을 하고 있었다. 그게 난해하던, 소화하기 어렵던 간에 각자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길거리를 나온다. 반면, 한국의 길거리를 가보면 어떨까? '모나미룩'이라고 한창 유행했던 패션이 있다. 상의는 흰색 셔츠, 바지는 검정색 슬랙스인데, 한국은 유행에 민감하면서 옆 친구가 그렇게 입으면 나도 그렇게 입어햐 하는, 추세를 따라야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보다 눈치를 더 많이보고, 본인의 생각을 글이나 말로써 표현하는 게 부족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튀지 않는다.라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편이고, 사람들은 하고 싶은 대로 생각을 펼쳐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물음을 던져 준 문장이었다.

 

75p.

"늘 한가지 정답을 제시하던 엄마의 가르침에는 좀 위배됐지만 나는 그런 결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가했다. 마치 이 세상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해서 꼭 정해진 대응을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모두 다르니까, 나같이 '정상에서 벗어난 반응'도 누군가에겐 정답에 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에서 말한 '튀지 않아야 한다'라는 문장에 대한 윤재의 생각. 맞다. 우리 삶에 정해진 답은 없다. 내가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110p.

"곤이가 내게서 어떤 반응을 원하는지는 뻔했다.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괴롭힘당하는 아이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 상대방이 울면서 제발 그만두라고 빌기를 바라는 아이들. 그 애들은 대부분 힘을 써서 자기들이 원하는 걸 얻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곤이가 원하는 게 내게서 어떤 자그마한 표정의 변화라도 보는 것이라면 그 애는 영원히 나를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럴수록 힘이 부치는 사람은 곤이 자신이라는 것도."

 

친구들 사이에선 누구는 놀림받는 친구, 누구는 떠드는 친구... 요런게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과연 놀림은 받는 친구는 놀림을 받아도 기분이 좋을까? 나도 내 친구 집단에서 농담이 되는 부류에 속했는데, 그 상황을 돌이켜보면 결코 좋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은 타인을 공감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왜냐고?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친구들이 10년이 지난 지금, 올바르게 사고하고 지금은 그런 행동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32p.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책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문장. 매 달 한두 권의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내가 책을 펼치지 않으면 책은 나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책을 덮는 순간 책은 나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 뭐든지 실천해야하는 것이다. 책과 가까이 하고, 간접 경험을 많이 하자.

 

172p.

"귓가를 떠돌던 엄마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곧 엄마의 목소리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알던 모든 게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부모님께 효도하자.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가족이다.

 

216p.

"나 말이야, 그냥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대로 살아 보려고 해. 사실 그게 내가 제일 잘 아는 거기도 하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보여지는 삶을 더 중요시 여기게 된다고 해야할까? 내가 책 한 권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나는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남들에게 비춰질 것이다. 그게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일까? SNS가 많아지면서 나 역시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이런 사람이야. 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게 진짜로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

 

259p.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든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일단 해보자. 뭐가 됐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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