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술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못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먹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량도 줄게 되었다.
이제는 그저 반주로 맥주 500ml정도면 적당히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진다.
이따금씩 술을 마시고 싶으면, 마트에 가서 4캔 만원하는 세계맥주를 산다.
'한 달동안 이 4캔으로 버텨야지 ㅎㅎ'란 생각을 한다.
(물론 4캔이라는 것은 집에서 마시는 맥주의 양이다.)
지난 주, 마트에 들러 맥주 4캔을 구매했다.
첫번째 맥주는 벨기에에서 많이 마셨던 레페 브라운.
두번째 맥주는 한국에 와서 즐겨 마시는 블랑
세번재 맥주는 4캔을 고를 때 항상 고르게 되는 데스페라도
마지막 맥주는 삿포로 겨울이야기 한정판
레페를 가장 먼저 마셨는데, 벨기에에서 마시던 그 맛이 아니다. 아무래도 마시는 환경 탓이 큰 것 같다.
일요일, 등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삿포로 캔맥주를 집어 들었다.
캔을 따려는 순간, 나는 흠칫했다.
어렸을 때 손톱을 깎고 얼마 안됐을 무렵, 캔을 따는게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무심코 캔을 따려는데, 고객을 위해 움푹 파인 부분이 있는게 아닌가?
회사의 작은 배려를 찾을 수 있었다.
캔을 따는 데 5초도 안걸리는 시간 동안, 고객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기업의 모습에서 괜스레 감동을 받았다.
오늘 음료수를 마시면서 캔을 확인해봤는데, 캔을 쉽게 따는 것을 돕기 위한 작은 홈이 있지만, 거의 있으나 마나 한 수준으로 되어있는 걸 확인했다.
혹시나 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 속에서 나도 남들에게 작은 배려를 받고 있다.
근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과연 나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적이 없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거창하진 않지만, 지키기 어려운 말이 있다.
나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상처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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