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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2020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당신의 4분 3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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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2020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당신의 4분 33초』

#1. 작가 소개

이서수 

 - 1983년 생, 법학과 졸업

 - 2014년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으로 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받으며 등단

 - 졸업 후 전공을 살리지 않고 택배기사, 북카페 운영, 각색 작가 등 수입이 일정치 않은 직업을 전전했는데, '동아일보 신춘문예'라는 주류 등단 코스를 거친 뒤에도 한동안 계속되었고, 그 당시 작가라는 직업을 포기하는 것까지 고민하였다고 한다.

 - 작은 북카페를 운영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2. 책 소개

『당신의 4분 33초』

 - 2020년 출판, 제 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

 - 2020년 10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작

 - 『당신의 4분 33초』 제목의 의미

   “<4분 33초>라는 무음의 연주곡이 있다. 존 케이지는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의 음악 철학을 이 곡에 담았다. 그런 의미에서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연주가 된 곡이다. 우리의 인생도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훌륭히 연주가 되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훌륭히 연주된 당신의 인생이라는 의미로 <당신의 4분 33초>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

-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사회에서 좌절과 낙담이 체취처럼 몸에 밴 인물 소설가 이기동.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찬사를 받는 천재 전위예술가 존 케이지의 삶을 병치시키며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형식

 

 

#3.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첫째, 부담없는 문체,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술술 읽힌다.

유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문체다. '이기동'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그려내고 있어서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소설이다.

 

둘째, 실패하지 않는 표지 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영점일(0.1)이 디자인한 작품이다. 같은 예시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말할 수 있는데, 『아몬드』 도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었고, 『당신의 4분 33초』도 많은 화제를 전해주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안목을 믿고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셋째, 20~30대 남성이 읽으면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

여성작가지만, 주인공 '이기동'은 남자이다. 이기동의 학창시절부터 입시, 대학생활, 군대, 취업, 연애, 결혼 등 인생을 살면서 으레 치뤄야하는 삶의 과정을 잘 그려냈다. 『82년생 김지영』이 있다면, 남성에게는 이 책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4. 간략한 줄거리

주인공은 이기동. 집 나간 아버지, 의사 또는 판사가 되길 원했던 어머니의 지원에도 삼수를 하여 간신히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운도 없는, 평범한 인물. 그가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온 우편물을 보게 되는데, 그 우편물은 아버지가 생전 쓴 단편 소설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이기동은 자신의 이름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수상의 영예를 얻게 됨. 한순간에 수상작가로 문단에 등단한 이기동은 재수생 시절 만났던 최장기수생 여자와 결혼하여 가정도 꾸림. 모두들 그가 이제 잘 나가는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될 것으로 기대했건만 계속되는 무명작가로서의 삶. 이기동의 인생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한심한 인생으로 비쳐질 뿐. 떠오르는 신예작가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김밥집 주방에서 일하기도 하고, 망한 지하서점을 인수해 자리를 지키는 이기동의 이야기. + 존 케이지의 삶, 그리고 4분 33초를 공연하기 까지의 영감의 과정들.

 

 

#5. 어떻게 읽었나

읽기 전부터 사연이 있던 책이다. 내가 거주하는 시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신청했는데, 다른 도서의 연체로 인하여 부랴부랴 근처 다른 시(市)에서 책을 빌리게 되었다.

 

이 책은 이기동과 존 케이지 두 인물의 이야기가 병렬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구조이구나'란 걸 느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떠올랐다. 『1Q84』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두 시점으로 내용이 진행되다가 두 인물이 결국 만나면서 시점이 통합되는 구조였는데, 『당신의 4분 33초』는 뭔가 애매하다. 이기동의 이야기와 존 케이지의 이야기가 50 : 50인 것도 아니고, 이기동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으면 갑자기 존 케이지의 이야기가 나와서 맥락을 끊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존 케이지 이야기를 아예 걷어내면 다른 책들과 비슷하게 '그저 그런'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였다.

 

이서수 작가는 주인공 이기동을 통해 본인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10대부터 30대 중/후반까지의 우리의 삶. 입시, 대학생활, 군대, 취업, 연애, 결혼 등 으레 하게 되는 고민들을 말하고 있는데, 나도 비슷한 고민을 요즘 많이 하고 있는지라 더 감정이입하면서 『당신의 4분 33초』를 읽었다. 

 

예전부터 내가 10년만 먼저 태어났으면... 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10년 먼저 태어났으면, 2002 월드컵을 대학교 신입생 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며, 취업도 지금보다 더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며, 내가 좋아하는 아날로그 시대를 더 오래 경험하며 추억을 쌓았을 것이라는 '일어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 크다.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만 이기동과 존 케이지를 이렇게 엮었어야한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6. 인상 깊은 문장

p. 69 내가 여기서 이십대 초반을 다 보냈잖아. 그 좋은 시절을. 가끔 진짜 궁금한데, 다른 나라 애들도 이렇게 살까? 아니겠지? 우리나라만 이렇겠지? 재수는 기본이고 삼수는 선택인 건. 그런데 야, 생각해봐라. 뭘 알겠냐, 우리가? 이렇게 사는데 도대체 뭘 알아가면서 어른이 되겠냐?

 

유명한 짤방이 있다. 프랑스 학생은 정부 정책에 시위하는 뉴스가 있는데, 한국의 학생들은 너무 착해서 위에서 시키면 그걸 그대로 따른다는 것인데, 과연 내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한국 사회는 유독 '정답이 있는 사회'같다. "OO살이 되면 으레 OO를 해야해. OO다음 단계는 OO야." 나 역시 이러한 전통적인 사회 관념 속에서 사고하고 있어서 할 말은 없지만, 이런 부분을 스스로 깨부수는, 온전히 나를 위한 사고 방식을 갖추려고 노력해야겠다.

 

 

#7. 한 줄 평

비록 난 상처를 받았지만, 내겐 이 세상이 진짜란 걸 알아     - <Freak> 원슈타인 노래가사 中 - 

★★★☆☆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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