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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독서

[책리뷰] 2010년대 하이퍼 리얼리즘의 정수, 정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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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2010년대 하이퍼 리얼리즘의 정수, 정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1. 작가 소개

장류진 (1986 ~)

 - 대학 졸업 후 판교에서 IT회사를 7년 정도 근무, 한겨례 문화센터에서 소설쓰기 강좌를 들으며 소설 쓰기를 시작

 - 이후 퇴사, 대학원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전업작가의 길로 진입

 - 대표작 : 『일의 기쁨과 슬픔』, 『달가지 가자』, 『도쿄의 마야』

 

#2. 책 소개

『일의 기쁨과 슬픔』

 -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은 표제작 『일의 슬픔과 기쁨』을 비롯한 총 8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된 단편집

 - 『일의 기쁨과 슬픔』이란 제목은 알랭 드 보통의 수필에서 제목을 따옴

 - 이 작품이 창비 누리집에 무료 공개되었을 때는 서버가 마비되는 일까지 발생

 - 주로 이삼십 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8편의 소설들이 수록

 

 

#3.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첫째,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단편 소설 8편에 24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이다. 가독성도 매우 좋아서 독서가 익숙치 않은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둘째, 고타율의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총 8편의 단편 중 5편이 마음에 들었다. 0.625의 고타율. 이것보다 뛰어난 평가가 있을까?

 

셋째, 하이퍼 리얼리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각 단편이 쓰여졌다. 축의금 문제 고민,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이를 고민하는 모습 등 사회 초년생이라면 한 번 쯤은 고민했을법한 내용으로 글을 써내려 갔다. '어머?! 누가 내 이야기 쓴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4. 간단한 줄거리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1. 『잘 살겠습니다』

결혼식 3일 앞둔 날, 3년간 교류가 없던 직장 동기 빛나 언니의 연락을 받고 청첩장 약속을 잡게 된 이야기.

 

#2. 『일의 기쁨과 슬픔』

우동마켓에 다니는 안나는 스타트업에 다니는 막내, 어뷰저처럼 보이는 거북이알이라는 사용자를 직접 만나서 누구인지 파악하고자 직거래에 참여한다. 알고보니 거북이알은 카드회사에 다니 는 사람인데 SNS 관종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단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 월급을 카드포인트로 받았던 것. 그래서 우동마켓에 수많은 제품을 올리는 어뷰저가 됐다는 이야기.

 

#3.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회사에서 짝사랑 하던 지유가 배우자상을 당하고 혼자가 되어 일본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2박 3일 후쿠오카 여행을 통해 지유와 어떻게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여행에 임하는 지훈의 이야기.

 

#4. 『다소 낮음』

장난스럽게 올린 냉장고송 영상 하나로 대박나서 스타가 될 뻔 했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관으로 기획사 계약을 걷어차버리고 돈도, 사랑도 잃은 밴드 보컬 장우의 이야기

 

#5. 『도움의 손길』

결혼 후 그 어렵다는 내 집마련에 성공한 주인공은 불편함을 무릅쓰고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 몇 번의 실패 후 마음에 쏙 드는 아주머니를 구하지만, 그 아주머니는 점점 일을 대충하고 종종 선을 넘는다. 둘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을 담은 이야기.

 

#6. 『백 한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여러번의 취업 실패 후 첫 출근길, 주인공은 하루 11000원만 쓰기로 했지만, 출근길에 12500원을 써버린 이야기.

 

#7. 『새벽의 방문자들』

포털사이트에서 음란성 광고를 정화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여성. 오래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는데, A동과 B동의 구조가 비슷하다보니 성매매 남성들이 매일 같이 자꾸 자기 집 앞 초인종을 눌러대는데 전 남친도 방문하는 이야기.

 

#8. 『탐페레 공항』

다큐멘터리PD 지망생인 주인공이 워킹 홀리데이를 위해 더블린까지 가는 도중, 경유지인 핀란드 탐페레 공항에서 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인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헬싱키에 가는 중. 주인공은 노인과 공항 주변을 산책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 돌아와서 노인을 회상하는 이야기.

 

 

#5. 어떻게 읽었나

책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소설이겠구나.란 생각이 앞섰다. 뭔가 일에 지친 직장인의 삶을 그릴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웬걸?! 첫번째와 두번째 소설인 『잘 살겠습니다』와 『일의 기쁨과 슬픔』 단편을 읽고 나서 '누가 내 이야기를 책에 적었지?', '이거 현실고증 100% 아니야?' 등의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전반적으로 8편의 단편 모두 공감대를 자아내는 이야기라 너무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내가 왜 『일의 기쁨과 슬픔』을 좋아했는 지 생각을 해봤는데, 1) 소재가 주는 공감 2) 부담없는 두께 3) 좋은 가독성 3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교환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탐페레 공항』부터 시작하여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그린 『백 한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힘든 직장 생활을 빗댄 『일의 기쁨과 슬픔』, 직장 동료 간에 발생하는 축의금에서 얼마를 해야할 지 고민하는 『잘 살겠습니다』까지. 딱 2030 사회 초년생이 읽으면 공감의 연속인 소설집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을 학생이나 나이 많은 어르신이 읽는다면 과연 나와 같이 공감 했을까?란 물음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장류진 작가가 등단했는데, 정말이지 글을 편하게 썼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이 책을 두고, '가독성이 좋은 책이 과연 좋은 책인가'란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볼 법한 글이지만,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글을 직접 글로서 써내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서 장류진 작가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6. 인상 깊은 문장

188p. 『새벽의 방문자들』 밥먹고 일하고 잠자던 여자의 생활이, 단숨에 몇 개의 상자에 네모나게 포장되었다

 

이사를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공수레 공수거'라는 말이 있듯, 결국 우리가 떠날 때는 몇 개의 상자에 담기는 존재인가 싶다. 이 문장을 읽고 깊은 여운이 남아서 인상 깊은 문장으로 꼽았다.

 

#7. 한 줄 평

회사생활이 읽을 때 이책을 읽고 힘내세요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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