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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독서

[책리뷰] 선행성 기억상실증과 사랑 이야기, 이치조 미사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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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선행성 기억상실증과 사랑 이야기, 이치조 미사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1. 작가 소개

이치조 미사키

 - 훈남 신인 작가. 그어떤 한국어 정보도 찾을 수 없는 작가(...)

 - 주요 작품(2권)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2. 책 소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2019년, 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 수상작

 - 밤에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소녀 히노 마오리와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 가미야 도루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

 

#3.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첫째, 쉽게 쓰여지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가독성이 이렇게 좋은 소설은 오랜만이다. 한 권을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둘째, 뻔한 이야기가 주는 힘,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있는 책이다.

'선행성 기억 상실증'이라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굉장히 반갑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나름의 상상을 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셋째, 사랑의 알맹이가 없는 인스턴트 사랑의 시대. 한 번쯤,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도루와 히노의 사랑이 어떨까? 일본 특유의 감성에 곁들어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읽어나가보면, 어느새 책장을 다 넘길 것이다.

 

 

#4. 간단한 줄거리

 - 주요 인물

 · 가미야 도루 : 남주. 어머니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시고, 누나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집을 나감.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음.

 · 히노 마오리 : 여주. 장기 기억을 새로 정착하지 못하는 ‘선행성 기억 상실증’을 겪고 있음.

 · 와타야 이즈미 : 히노의 베프. 히노가 선행성 기억 상실증을 겪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

 

따돌림을 당하는 시모카와를 돕기 위해 히노에게 고백하면 앞으로 시모카와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말에 얼떨결에 히노와 사귀게 되는 도루. 3가지 조건을 걸고 사귀게 된다.

 

첫째, 학교 끝나고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할 것

셋째, 진심으로 좋아하지 말 것

 

알고 보니 선행성 기억 상실증을 겪고 있는 히노. 그런 히노를 위해 매일 즐겁게 해주기로 다짐한다. 시간이 흘러 히노의 선행성 기억 상실증이 자연스레 치유되지만, 문가 중요한 걸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히노가 가장 소중한 것을 아껴두는 책장 뒤편에 그를 스케치한 그림들이 잔뜩 나왔는데, 알고보니 그는 남자친구 도루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도루는 갑자기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도루의 요청에 따라 히노의 일기에서 그의 흔적을 모두 지웠던 것이다. 히노는 도루를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해 나간다.

 

 

#5. 어떻게 읽었나

책을 읽기 전, 베스트셀러에 있는 이 책을 보면서 뻔한 소설이겠거니. 생각했다. '기억상실'이라는 진부한 소재로 어떻게 풀어나갈 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나름 잘 풀어냈다.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감동도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만약' 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면?

만약 내가 히노라면?

만약 내가 도루라면?

 

왜그런지 몰라도 가을방학의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가 이 책의 주제곡으로 꼽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친구는 이 책을 지하철 안에서 읽기 부끄럽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나는 잘만 영상화한다면 『너의 이름은』 처럼 또다른 애니메이션 명작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소설의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갑자기 전개가 너무 빠르게 진행한다는 점이다. 도루와 히노가 처음 사귀게 되고,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부분은 섬세하고 자세히 그렸는데, 갑자기 고3, 성인이 이렇게 금방 지나가다니... 또 남자 주인공인 도루가 너무 뜬금없이 죽는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소설가로 성공대로를 가던 도루의 누나 역시 일기를 고치는 역할만 하다니... 왠지 소설을 쓰다 내용이 길어져서 급하게 줄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반면,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허술한(?) 전개가 있어서 장단점이 뚜렷했던 소설이었다. 

 

 

#6. 인상 깊은 문장

128p. 히노는 밤에 잠이 들면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버린다. 하루하루를 쌓아올릴 수 없다. 대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얼마나 괴로울까. 자기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미래까지 빼앗겼다.
264p. 그 애는 그렇게 매일을 쌓아가고 있다. 조금씩이라도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기록'이란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하루하루 매일 쌓아가는 도루의 입장과, 매일 리셋되는 히노의 모습을 서로 어떻게 느끼는지 잘 표현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뭔가 이 문장들을 읽을 때 울컥했다.

 

 

#7. 한 줄 평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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