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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독서

[책리뷰] 다른 시간 속의 같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일까, 최진영 『내가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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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다른 시간 속의 같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일까, 최진영 『내가 되는 꿈』

 

#1. 작가 소개

최진영 (1981~)

- 낮엔 일을하고, 밤에 글을 쓰다가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 2010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례 문학상 수상

- 주요 작품 : 팽이, 겨울방학,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해가 지는 곳으로 등

 

#2. 책 소개

『내가 되는 꿈』

- 2021년 2월 출간된 소설

-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되는 10대의 태희와 할머니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퇴사 등을 겪는 성인의 태희가 편지로 이어지는 이야기

- 성인 태희 챕터는 (-), 10대의 태희 챕터는 (+), 둘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로 구성

- 작가 인터뷰

 

[커버 스토리] 최진영 소설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보자" | YES24 채널예스

소설이라는 것을 쓰면서도 제가 소설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은 안 했어요. 너무 큰 꿈이니까. 그리고 뭔가 꿈 꾼다는 것이 무서우니까. (2021.03.31)

ch.yes24.com

 

#3.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첫째,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 제목 <내가 되는 꿈>에서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고민하며 힘들어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행복은 중요하다’ ‘행복은 나의 몫이다.’ 등 행복의 필요조건에 대해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진정 내가 꿈꾸는 행복과 나 자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둘째, 감정이 우울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나는 감정이 다소 쳐질 때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감정을 더 고조시킨다. 이 책의 전반적인 정서는 ‘쓸쓸함’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사정으로 인하여 할머니 댁에서 이모와 같은 방을 쓰게 되는 10대 태희가 겪는 이야기나, 연인과의 이별, 퇴사, 할머니의 죽음 3가지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성인의 태희 이야기. 상황이 이렇게 안좋을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감정을 더 놓아주는 건 어떨까?

 

 

#4. 어떻게 읽었나

정용준 작가가 적은 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재밌어서도 아니었고 잘 읽혀서도 아니었다. 그저 놀랐다. 내가 일기장에 쓴 문장 같았기 때문이다.’ 읽고 나서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산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때가 떠올랐다. 왜 나한테 이렇게 큰 시련이 다가오는지 세상을 원망한 적도 있었고, 친구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더 절망의 구덩이로 밀어 넣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정답은 나의 마음가짐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책에서 ‘하늘은 늘 그곳에 있다.’ 맞다. 늘 자연은 그대로이다. 내가 조금 마음을 비운다면 세상의 작은 여유, 아름다움을 더 느끼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현대 사회에 우리 스스로를 더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구조인 성인 태희와 10대 태희가 편지로 연결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주인공은 두 명인 것 같은데, 둘은 무슨 관계지?란 생각이 들었는데, 서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현재의 태희와 과거의 태희가 연결되는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나도 가끔씩 내가 적었던 다이어리를 다시 읽어보면서 ‘그땐 이렇게 생각했었는데...’라고 생각하는데, 이참에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한 번 써야겠다. 과연 1년 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 무엇이 달라졌을까?

 

전반적으로 ‘쓸쓸함’이 주된 정서라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지만은 않았다. 한 방송에서 ‘장애인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태희의 상황을 안쓰러워하고 측은해하는 마음을 갖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태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겠다. 소설 속 태희는 소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 회사 동료, 친구일 수 있다. 어떠한 상황을 바라보았을 때 쓸데없는 ‘측은지심’의 정서를 가지고 바라보지 않는 연습을 해야겠다.

 

 

#5. 인상 깊은 문장

11p. 지금은 어디에 있나. 지금은 금방 사라지지. 할머니가 죽었다는 건 할머니의 시간이 사라졌다는 것. 내가 살아 있다는 건 내게 시간이 있다는 것. 사라지는 지금 속에 아직 있다는 것.
53p. 뻔한 대답을 듣지 않으려면 뻔한 질문을 피해야 한다.
68p. 가까이 있는 연인에게는 고맙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수십 개 문장으로 부풀려 편지지에 적어 주곤 했다. 그런 편지에는 거의 감정뿐이었다. 연인과 주고받은 편지는 이별 후 쓰레기봉투에 버렸다.
83p. 하늘은 늘 그곳에 있다. 그곳에서 지상의 우리들과 완전히 다른 속도와 크기로 움직인다. 하늘은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다.
90p. 모욕감은 남한테서만 받는 게 아니라는 것, 내가 나를 모욕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138p. 10년 후, 20년 후를 걱정하면 당장 불행했고 더 나은 삶은 헛된 꿈 같았다. 최악은, 걱정이 커질수록 의욕은 더욱 생기지 않는 다는 것. 다른 집을 구해 보려고 행동하지 않았고 새로운 일을 배우려고 시도하지 않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수고조차 하지 않았다. 불안이 밀려오면 눈앞의 일에 집중했다. ... 비난받지 않기 위해 쫓기듯 일하면서 내가 나를 제일 먼저 비난하는 삶.
153p. 집과 일과 사람을 가지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가질 수도 없는 것들이 나를 짓누른다. 나는 아직 이별이 서툴고 이런 식이 아니라면 어떤 식이어야 하는지, 모두가 납득하는 이별 방식이 과연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할머니는 그렇게 떠났다. 맑게 떠났다.

 

#6. 한 줄 평

나도 내가 될 수 있을까?

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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