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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독서

[책리뷰] 인간이 아닌 인간의 삶과 이야기,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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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인간이 아닌 인간의 삶과 이야기,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

 

#1. 작가 소개

가즈오 이시구로 (1954~)

 - 1954년 일본에서 출생, 6살 때 아버지를 따라서 영국으로 건너간 뒤 쭉 거기서 성장.

 - 1983년 영국 시민권 취득

 -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위대한 감정적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세계를 연결하는 심연을 발견했다” 는 선정이유.

 - 주요 작품 : 『나를 보내지마』, 『녹턴』, 『남아있는 나날』,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 사실 가장 따끈한 신작은 2021년 『클라라와 태양』

 

 

#2. 책 소개

『나를 보내지마』 (Never Let Me Go)

 - 2005년에 출간. <타임>지 선정 100대 영문소설,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

 -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 이야긴데... 스포주의? 아무튼 클론, 복제인간 얘기다.

 - 영화화 되기도 함. 2021년 12월 기준,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 가능(주인공 : 캐리 멀리건, 키이라 나이틀리, 앤드류 가필드)

 

 

#3.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 이유

첫째,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불편한 감정이 드는 다소 난해한 소설이다.

책의 주제 자체가 무겁고 어려워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작가가 소설을 어렵게 쓴 것일까? 절대 킬링타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또한 『나를 보내지마』는 혼자 책을 읽고 감상하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라고 이야기를 나누면 더 좋을 책이다.

 

둘째, 책을 읽으면서 속도감과 긴장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옮긴 김남주 번역가의 말이다. 이 말이 맞다. 소설은 크게 '헤이셤 - 코티지 - 간병인 생활'의 3가지 공간에서 내용이 전개된다. 각 공간에서 회상씬이 너무 많다. 회상의 회상의 회상... 흡사 내가 이 부분을 놓치고 읽은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되는 지점이 발생한다. 단순 서술 위주의 내용이 많고, 긴박하게 전개되지 않아서 긴박감을 주는 특유의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셋째, 표지 뒷면이 스포인 책이다.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을 음미해야하는 책인데, 표지부터 스포라니...

400페이지나 되는 소설 앞부분이 상당히 느리게 전개되어 표지에 어떤 멋진 말들이 있는지 보았는데, 이 책의 줄거리가 적혀있었다. 그것도 결정적인 스포까지... 책 내용이 어려워서 읽는 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표지 뒷부분을 보고 책을 고르시는 분들에게는 '표지에 나온 내용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나오는거야?'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300페이지 이후의 내용이 본격적인 내용이라 생각하는데, 한 페이지에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건 아닐까?

 

 

#4. 간단한 줄거리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작가가 상상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의료용 장기 적출을 위한 클론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현재 31살인 캐시가 주인공이다. 

헤일셤 출신의 간병사란 주변에서 특별한 대우와 시선을 받는다는 얘기를 하면서 헤일셤에 대한 회상을 시작한다. 헤일셤이란 어떤 기숙학교. 그곳에서 16살까지 자란 후 학교를 떠나야 하는 학생들. 그 안에서 가까운 사이였던 토미와 루스. 이 셋의 학교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양한 일들이 학교에서 일어나는데, 헤일셤의 학생들은 모두 본인의 운명(장기 기증)에 대해 어느 정도 어렴품이 알고 있다. 그렇게 16살이 되면 각각 어디론가 흩어지는데, 캐시와 루스, 토미는 코티지로 불리는 곳에서 본격적인 간병사 생활을 하기 전 과도기적 생활을 보낸다. 이곳에서 모든 클론이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런저런 에피소드 이후, 간병사가 된 캐시가 코티지에서 헤어졌던, 지금은 기증인이 되어 있는 루스와 토미를 만나 기증인의 삶을 좀 더 파헤치는 이야기다.

 

 

#5. 어떻게 읽었나

3일 만에 집중해서 책을 읽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의 책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곤 했는데, 이 책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만 계속 쌓여가는 느낌이랄까? 아직도 캐시는 왜 간병인이지만 기증인이 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남주 변역가의 말처럼 '들었으되 듣지 못한' 느낌 때문에 이런 감상평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나를 보내지마』는 반전이 없는게 반전이다. 씁쓸한 클론의 현실을 그려냈다고 할까? 친구들은 이 소설을 보면서 영화 <아일랜드>가 생각났다고 한다. 보통 복제인간들은 반란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존재로 그려지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너무 그들의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SF적 요소를 이런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은 처음 읽은 것 같다. 2005년 작품인데 오래된 고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전제척으로 담담하게 쓰인 소설인데,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다만, 단수 과거에 대한 서술이 많다는 점과 서술시점이 뒤죽박죽 서술되어 독자로 하여금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니라는 점이 다소 아쉽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주디 워터브릿지의 <Never Let Me Go>를 유튜브에서 찾아 보았다. 첫번째 댓글이 'Really makes me want to dance with a pillow in my dorm room'이었는데, 아마 작성자 역시 『나를 보내지마』를 읽고 쓴 댓글은 아닐까 싶다. 찐득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다. 한 번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6. 인상 깊은 문장

p. 249 그때 내 앞에 나타난 그 테이프에는 유년기의 뭔가를 어른이 되고 난 후 대할 때 느껴지는 막연한 당혹감 같은 것이 있었다.

각자 유년시절하면 떠오르는 어떤 매개체가 있을 것이다. 10년, 20년이 지난 지금 그 물건을 다시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답다'라는 말처럼 다시 맞닥뜨렸을 때 오히려 당혹감이 들 것만 같다.

 

#7. 한 줄 평

한 번 더 읽으면 내용을 이해할 것 같은데 읽기 싫은 소설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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