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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저마다 슬픔을 치유하는 깊은 강, 엔도 슈사쿠『깊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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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저마다 슬픔을 치유하는 깊은 강, 엔도 슈사쿠 『깊은 강』

#1. 작가 소개

엔도 슈사쿠 (1923 ~ 1996)

 - 일본의 대문호

 - 1945년, 게이오대학 문학부 불문과에 진학, 프랑스 가톨릭 문학에 심취,

   1947년, 처음으로 쓴 평론이 인정을 받아 카도가와 쇼텐의 문학평론지 "사계"에 게재하면서 문학평론가로 데뷔

 - 기독교에 대한 소설을 많이 남겼는데, 단순히 하나의 소재가 아닌 핵심을 이룰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

 - 주요 저서 : 『침묵』(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수상), 『바다와 독약』

 

 

#2. 책 소개

『깊은 강』

 - 1993년 엔도 슈사쿠가 생애에 걸쳐 고찰했던 주제인 '가톨릭과 일본인'의 최종장에 해당하는 《깊은 강(深い河 (후카이가와)》.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완성한 마지막 장편소설.

 - 작가의 관에 들어간 작품. 생전의 유언대로 가장 아낀 작품 《침묵》과 《깊은 강》이 관 속에 넣어졌다고.

 -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네 사람이 인도 단체 여행을 계기로 만나게 되는데,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이들은 저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 인도로 간 것. 신분과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품어안는 갠지스 강과 그곳에서 진정한 평화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이들은 강한 인상을 받는다는 이야기.

 

 

 

#3.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

첫째, 그동안 읽었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에 가장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다.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안나 카레니나』 등 문학동네에서 발간한 세계문학 전집을 여러권 읽었는데, 이 책만큼 가독성 좋은 책을 본 적이 없다. 책을 즐겨 읽지 않는 분들이라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둘째, 서양에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있다면 동양에는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이 있다.

헤르만 헤세가 『싯다르타』를 통해 서양인의 관점에서 불교를 바라보았다면, 엔도 슈사쿠는 『깊은 강』을 통해 천주교, 힌두교를 말하고 있다. 동양의 관점, 정확히는 일본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기독교의 의미는 어떠한 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좋다.

 

셋째,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든다'라고 느끼는 지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책, 다른 하나는 나에게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깊은 강』은 서로 다른 인물을 통해 종교적인 의미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다른 독자분들도 책을 읽으면서 본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아보길 바란다.

 

 

#4. 간단한 줄거리

총 13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는 주요 인물들이 제각기 이름을 달고 ‘이소베의 경우’, ‘ 미쓰코의 경우’, ‘누마다의 경우’ 이런 식으로 나뉘어 등장한다. 배경은 인디라 간디가 피살당한 1984년. 오쓰를 제외한 네 사람은 모두 우연히 인도 단체 여행을 계기로 만나 함께 행동하면서 차츰 서로의 사연과 속내를 조금씩 알게 된다. 각 인물의 배경에 따라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 주요인물: 이소베, 미쓰코 (나루세), 오쓰, 누마다, 기구치.

이소베: 가부장적인 일본 남자.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을 겪고, 슬픔과 헛헛함을 느낌. 반드시 환생하겠다는 말을 남긴 아내를 통해 삶과 죽음의 윤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인물. 일본에 살았던 전생의 기억을 가진 소녀’를 찾아 인도행 비행기에 오름.

 

미쓰코

대학 시절 가톨릭 신자인 오쓰를 유혹했다가 버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 약간 염세주의자 같기도 함. 신도 사랑도 없다고 느낌. 신(神)밖에 모르던 그가 헐떡이며 가슴께를 오르내리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골프나 사업 얘기밖에 모르는 남편을 경멸하는 식. 그렇게 오쓰를 무시하면서 동시에 평생에 걸쳐 오쓰라는 인물에게 관심의 끈을 놓지 못함.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가서 신학공부중인 오쓰를 만나기도 하고, 또 이혼 후 오쓰가 인도의 수도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감.

 

오쓰

신학도. 신부가 되려함. 미쓰코에게 희롱당한 상처가 있음. 그럼에도 순진무구하고 신을 향한 구도의 자세를 꺾지 않음. 신의 모습으로 살고자 하는 듯.

 

누마다

동물과 인간의 교감 이야기를 쓰는 동화 작가. 폐렴으로 누운 누마다에게 아내는 구관조를 선물. 누마다의 수술 날, 아내가 깜빡 잊고 옥상에 놓아둔 구관조는 죽어 있었음. 반면 누마다는, 어려운 수술에서 살아남았다. 누마다는 구관조가 자신의 생을 대신한 것이라 믿음. 은혜 갚는 까치의 심정으로, 인도의 자연보호구역을 찾아 떠남.

 

기구치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 출신. 굶주림과 고통이 널브러진 미얀마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쓰러짐. 그때, 전우 쓰카다가 다가와 고기를 건넴. 고기를 먹진 못했지만, 쓰카다의 간호로 생명을 구함. 시간이 흐르고, 병을 얻은 쓰카다. 쓰카다는 자신이 가져왔던 고기가 다른 전우의 시체였다고 밝힘. 기구치는 함께 죽음의 거리를 걸었던 전우들과 적군들을 생각하며 인도로 향함.

 

 

#5. 어떻게 읽었나

『깊은 강』을 읽기에 앞서 출판사를 검색해보니 문학동네에서밖에 발간하지 않아서 읽기 겁이 났다. 내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란 읽고 싶고, 읽어야하지만 가독성이 떨어져서 쉽게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넘어야할 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은 가독성이 되게 좋았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부담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다소 종교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신을 믿지 않지만(어쩌면 강한 거부감이 있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겠지만) 읽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힌두교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깊은 강』이 관심의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싶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본인 오쓰가 프랑스까지 가서 기독교 교리를 배우는데, 이를 일본인에게 맞는 기독교를 생각하고 있다는 구절이 있었다. 자연스레 본인에게 맞게 체득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배움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여담으로, 유튜버 <빠니보틀> 인도편을 같이 보면 책에 나오는 갠지스 강, 인도인들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그려지니 함께 즐기는 컨텐츠로 추천하고 싶다. 

 

힌두교에서는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성지라고 일컫는다. 이소베, 미쓰코, 누마다, 기구치 이 네 명이 각자의 이유로 인도 여행에서 깨달음,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 누구는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한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에 나를 대입해보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좋았다. 다소 잔잔한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름 반전인 부분도 있어서 마냥 지루하지많은 않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종교적 이야기를 담고있는 소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릭 요거트를 먹는 듯한 건강한 독서를 하였다.

 

 

#6. 인상 깊은 문장

p.46 "어떤 걸 찾으러 갑니다. 정말이지 보물찾기 같은 여행입니다."

 

나는 남들보다 가치관이 확고한 편이다. 최근 가치관이 깨지는 일을 겪은 적이 있는데, 예전에는 '다른 부분은 내가 이 사람과 가치관이 달라서 그런거야. 서로 다름을 존중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곤 했다. 요즘들어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인데, 과연 나의 다른점이 상대주의로만 받아들여도 괜찮은걸까? 내가 바꿔야하는 부분은 없는걸까?'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고민이 끝도 없지만 내 삶은 보물찾기 같은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자아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여행이랄까? 그래서 이 문장을 읽는데 여운이 남았다.

 

 

#7. 한 줄 평

싯다르타 상위호환

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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